2020 풍월주 최애 넘버 가사, 관극 후기

풍월주 캐스팅 보드

풍월주 - 부르지 못하는 이름 (사담)

 

이래서 기억이나 할 수 있겠냐

천한 뼈로 감히 쓸 수 없는

내가 감히 부를 수 없는 이름

 

여왕이 부르는 그 이름

세상이 부르는 네 이름

끝까지 묻고 가야겠지

부를 수 없겠지 그 이름

내 손에서 떨리는

나 할 수 없는 말

 

이래서 기억이나 할 수 있겠냐

이래서 외울 수나 있겠냐

 

여왕이 부르는 그 이름

세상이 부르는 네 이름

부를 수 없겠지 그 이름

내 손에서 떨리는

나 할 수 없는 말

 

이래서 기억이나 할 수 있겠냐

이래서 외울 수나 있겠냐

 

이래서 부를 수나 있겠냐

 

 

2020 풍월주 5연 후기

풍월주는 아쉬움도 많이 남았던 극이기도 하지만 그래도 재미있는 극이라고 생각해요. 오랫동안 사랑받은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고.... 여러 넘버가 다 너무 좋았지만 최애 넘버 하나만 받아 적자 싶어서 어렵게 고른 넘버 '부르지 못하는 이름'입니다. 사실 이 넘버 다음에 나오는 '너에게 가는 길'도 정말 좋아해요. 조명을 정말 잘 쓴 장면이라 특히 2층에서 보면 정말 무대까지 한 번에 보이면서 좋은 장면입니다. 그렇지만 제 마음을 가장 절절하게 울린 장면은 사담의 '부르지 못하는 이름'이었어요. 글을 모르는데도 마지막으로 외우겠다는 글자가 열이 이름....... 손가락으로 글씨를 쓰고 입으로 순서를 외며 눈물을 흘리는 사담...ㅠㅠ

딱 두 번 봤고 더 보고 싶어도 보지 못했지만, 사실 한 번은 더 보고 싶었습니다. 극 내용을 알고 볼 수록 더 재미있었거든요.(이게 다 불친절한 연출 덕분....) 개인의 서사가 다 슬퍼서 다 이해가 가면서도 마음 아픈 그런 극이었어요. 열과 사담의 서로 아끼는 마음이 가장 메인이긴 하지만, 진성여왕과 운장의 감정 서사도 결코 가볍게 다뤄지지 않았습니다. 악역이라고 나오는 인간의 모습도 마냥 평면적으로 그려지지 않았고, 그래서 더 마음을 울렸던 것 같아요.

여자라는 이유로 온갖 험담의 대상이 되어 왕이 되었음에도 더러운 추문에서 자유롭지 못한 진성여왕. 두꺼비, 뱀 따위에 비유되며 조롱받으면서도 두려움의 대상이 되었던 여왕이었죠. 언제나 그 옆을 지켜주는 운장이 있기는 하지만 운장은 진성여왕에게는 충직한 신하였고, 그렇기 때문에 여왕이 더욱 자신의 약한 모습을 보이지 못한 건 아닐까 싶었어요. 운장은 그런 진성여왕을 더욱 안쓰럽게 여기고, 운루를 만든 것도 그런 여왕을 조금이나마 위로하기 위함이었을까요?

그런 여왕에게 아무렇지 않게 다가와 이름을 묻고 호탕하게 웃던 사람이 바로 열이었습니다. 여왕이라는 것을 알게 된 이후로 거리감을 지키긴 했지만, 그래도 열은 그 일을 기점으로 여왕의 총애를 한 몸에 받게 되죠. 열도 여왕을 극진히 대접하지만, 사실 그것은 사담과의 평온한 생활을 지키기 위한 비즈니스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오랜 시간이 지나면서 여왕에게 연민의 감정이 생겨나긴 하지만, 그것이 절대 사담과의 관계를 위협해도 될 만큼은 아니었던 거죠.

운장이 여왕을 위하는 마음 역시 열이 사담에 대한 마음만큼 진실하기에, 운장은 다른 사람에게는 다소 잔인합니다. 제가 본 운장은 풍월들을 마냥 도구처럼 여기는 캐릭터가 아니었어요. 그래도 운루의 풍월들에게 인간적인 마음이 있고, 분주하게 준비를 하는 풍월들을 보며 희미하게 웃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며, 사담을 보며 씁쓸한 눈빛을 보내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그 역시 여왕의 뜻을 어길 정도는 아닙니다. 열과 사담이 진심인 만큼, 여왕에 대한 운장의 마음도 진심이죠. 그렇기 때문에 열과 사담에게 그렇게 잔인해질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열과 사담은 원래 사담이 열의 종이었는데, 열의 집이 망하면서 둘이 길거리에서부터 함께 해왔던 사이입니다. 힘들었던 고난도 함께 극복해왔고, 가장 바닥에 있을 때에도 그 모습을 서로 보여 줬던 관계. 힘들 때도 좋을 때도 함께였으니 이 둘의 관계를 그 누구도 대체할 수도, 떼어놓을 수도 없는 거겠죠. 이게 사랑인지, 우정인지 궁금해하는 사람들도 많은데 저는 한 단어로 정의할 수 없는 관계라고 생각했어요. 운장이 여왕을 위해 약속을 어겼지만, 열도 사담과의 평온한 생활을 위해 기생 노릇을 해왔고, 그것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더 이상 기생으로 있을 이유가 없죠. 사담은 사담대로 본인의 의지로 열을 위한 결정을 합니다. 이게 무슨 잘못된 사랑의 짝대기...ㅠㅠ

 

아쉬웠던 점

여러모로 재미있게 본 극이지만 이번 극이 처음인 관객의 입장에서는 좀 아쉬운 점도 몇 가지 있었습니다. 일단 처음 보는 관객에게 너무 불친절한 극이라고 생각했어요. 저는 풍월들이 들고 다니는 막대기가ㅋㅋㅋㅋㅋ칼인 것을 나중에 알았어요. 그리고 그게 칼인 걸 알고 나서도 너무 놀랐고요. '아니 기생이 위험하게 칼을 왜 들고 다녀????' 이게 제 첫 느낌이었습니다.

그렇게 일단 극을 보다가 거의 후반부 되어서야 혼자 이해했어요. 그래서 여자들에게 오늘 밤 주인이라고 한 거구나. 그야말로 그날 밤 풍월을 부른 사람은 풍월의 목숨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주인이란 뜻이었고. 풍월이 칼을 들고 다니는 것은 자기 안위를 위해서가 아니라, 언제든 마음에 들지 않으면 자기 목을 내리치라는 거였어요. 그만큼 열과 성을 다해 그날 밤의 주인을 모시겠다는 의지의 표현일 것이고. 그게 운루의 규율인 거겠죠.

그렇지만 이걸... 관객이 혼자 갑자기 극 따라가며 이해하라고 던져놓는 건 좀 아니지 않나 싶었습니다ㅠㅠ 제가 그날 관객과의 대화를 통해 극의 설정에 대해 좀 더 많은 이야기를 들은 덕에 이해할 수 있었던 부분도 있었고요. 예전에 '여인을 읽는 법'이라는 넘버가 있었다가 사라졌다는데, 이 넘버가 있어야 할 것 같아요. 칼의 중요성과 운루의 설정을 설명해주는 넘버라고 알고 있습니다. 풍월들이 들고 다니는 칼이 이 극에서 상당히 중요한 장치인데, 너무 대충... 던져버린 기분이었어요. 프로그램북에 설명이 더 있나 싶어서 봤는데, 프로그램북도 거의 배우 인터뷰가 90퍼센트 이상이었고, 극에 대한 설명은 한쪽 몇 줄로만 쓰여있었습니다. 너무한 것 아닌가요 연출님...ㅠㅠ

그리고 열이 '밤의 남자'를 부르기 전에 접대용으로 여왕에게 치는 대사가 있습니다. 이 대사가 상당히... 요즘 세태에 맞지도 않고 너무 노골적이에요. 솔직히 말하자면 여기서 튕겨져 나갈 뻔했습니다. 극을 다 보고 나서는 재미있게 보긴 했지만, '이런 디테일은 굳이 살리면서 중요한 설정은 그냥 뭉개버린다고?????'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질 않네요.

풍월주 막공이 다 내린 것으로 알고 있어서 관극 후기를 한 번 남겨봤습니다. 내용이 참 재미있었는데, 다음에 돌아올 때는 아쉬운 점이 조금 더 보완되어서 돌아왔으면 하는 마음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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